팬데믹 이후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은 공간이다. 거주하는 공간, 생활하는 공간, 회의할 곳, 약속을 잡을 곳, 사람과 모일 곳, ... 거리두기 단계가 나누어지며 공간의 제약 또한 단계적으로 다가온다. 오늘은 머물 수 있던 카페가 내일은 커피만 사들고 나와야 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한 시간 반 거리의 서울이 주 활동 범위였는데, 늘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서 어디든지(카페를 주로 갔다) 들르며 막차시간까지 서성였다. 심적으로 답답한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데다, 비교적 쾌적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싸게 얻을 수 있어서 그랬던 걸까
그런데 이제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되었고, 사람들은 각자의 집(혹은 주거공간으로 겨우 인정되는 공간)으로 흩어졌다. 나도 휴학을 하고 집에 머물게 되면서 조금 더, 나의 거주공간을 세분화하고 정을 붙이기 시작하는 중. 아침에 일어나 식물에게 물을 주고, 점심은 꼭 먹고 싶던 걸 사 오고, 저녁엔 향을 피우고 요가를 한다. 누구와의 접촉도 없이 한 공간을 쓰며, 최대한 지루함을 덜 느끼기 위해 발악하는 기분이다. 최근 루틴을 계획하고 사람들과 온라인 스터디를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아마도 공간적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함일 것이다.
팬데믹 이후로 여러 가지가 변하겠지만 20대들의 주거문제는 과연 좋은 쪽으로 변할까? 우리는 팬데믹 이후에도 커피빈에서 밤을 새우고 있을 것 같다